내 땅에 남이 무단경작, 작물은 내 것일까? 역고소 당할 수도 있는 현실 대응법

내 땅에 누가 몰래 농사를 짓고 있다면?

상속받은 시골 땅,
공터처럼 남겨둔 토지, 혹은 평소에 자주 가지 않던 부동산.

어느 날 가보니 누군가가 멋대로 밭을 일구고,
심지어 작물까지 무성하게 키워두었다면?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건 내 땅인데… 저 농작물 뽑아도 되는 거 아냐?'
'이거 당장 경찰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당연하다’고 생각한 행동이
오히려 불법행위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단 경작 금지 푯말이 세워진 텃밭 앞에서 자신의 땅을 바라보는 여성 토지 소유자의 모습



1. 왜 이런 일이? 핵심은 ‘자력구제 금지’ 원칙

우리 민법은 기본적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 땅이더라도, 법적인 절차 없이
스스로 상대방을 몰아내거나 작물을 제거하는 건 안 됩니다.'
– 민법 제209조

이걸 자력구제 금지라고 하는데,
법은 '폭력이나 물리적 행동' 대신
법원과 절차를 통해 해결하라는 입장을 철저히 지키고 있습니다.


✔️ 이 원칙은 민사소송 절차내용증명 발송 요건,
그리고 이후 가능한 부동산 인도청구 소송에까지 큰 영향을 미칩니다.



2. 그럼 농작물은 누구 껍니까?

대법원 판례는 '경작자 것'이라고 합니다

네, 놀랍지만 사실입니다.

  • 대법원 2000.3.28. 선고 99다68406 판결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타인의 토지에 정당한 권한 없이
    농작물을 재배했다 하더라도
    경작자가 직접 재배하였다면, 작물은 경작자의 소유다.'

이 말은,
내 땅에 몰래 들어와서 농사 지은 작물이라고 해도
그걸 내가 임의로 베어내거나 가져오면
→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3. 실제로 처벌받은 사례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다음은 실제 사건에서 처벌된 예시입니다.

  • 사례 요약
    한 토지 소유자가 경고 없이 무단 경작된 작물을 포크레인으로 제거함.
    경작자는 작물 손해를 주장하며 고소.
    검찰은 소유자에게 재물손괴죄를 적용하여 약식기소.

결론은?

땅은 소유자의 것이지만,
작물은 임의로 손대면 안 된다
는 것이 법의 입장입니다.


▶ 참고할 만한 실제 사례

  • 광주 남구 금당산 공유지 무단경작 사건
    주민이 수년간 구유지를 텃밭으로 사용하다가
    구청의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받고 철거 명령을 받음.

불법 경작 기승 보도자료(전남일보)!



4. 소유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무단 경작에 대응하는 6단계 현실 절차


① 1단계. 무단 경작 사실 ‘기록’이 먼저입니다

당황해서 바로 말부터 섞지 마세요.
법적 대응의 시작은 ‘증거’입니다.

  • 스마트폰 사진과 동영상으로 농작물,
    경작 흔적, 경작자의 농기구, 출입 흔적 등을 남깁니다.
  • 지적도·등기부등본·토지이용계획확인서도 확보해,
    명백한 소유권을 정리해두세요.
  • 현장에서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대화는 녹취로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② 2단계. 경고문 부착 + 팻말 설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경고를 했다는 증거를 남기는 것’입니다.

  • 눈에 띄는 위치에 팻말을 설치하고, 다음 문구를 포함하세요.

▶ [팻말 문구 예시]

[경고] 이 토지는 ○○○의 소유입니다.
무단 경작 및 출입은 명백한 불법행위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작물은 직접 수확하여 자진 철거해 주시기 바랍니다.
불응 시 법적 조치를 진행합니다.
2025년 8월 ○일
토지소유자 ○○○
  • 팻말 설치 장면도 반드시 사진으로 남기고
  • 비바람에 떨어지지 않도록 방수 인쇄 + 고정 테이프 또는 못 사용

③ 3단계. 내용증명 발송 (실제 효력의 시작점)

내용증명은 법적 경고장을 공식적으로 보내는 방식입니다.

  • 발신자 이름, 주소, 날짜 포함
  • '귀하의 무단 경작 사실을 확인했으며,
    ○일까지 작물을 자진 수거하고 퇴거하지 않으면
    인도청구·부당이득 반환청구·형사고소를 진행하겠다'고 명시
  • 상대 주소 모를 경우 ‘성명불상자 귀하’로 보내는 것도 인정됨

인터넷우체국 또는 동네 우체국에서 쉽게 보낼 수 있습니다.

▶ [내용증명 예시 문안]

수신: 무단경작자 (성명불상)
○○시 ○○동 ○○번지 토지는 본인 ○○○의 소유입니다.
귀하가 본 토지에 무단으로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는 소유자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불법 경작으로서,
민법 및 형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합니다.

2025년 ○월 ○일까지
경작물을 자진 수확하고 퇴거하지 않을 경우,
민사소송(인도청구 및 부당이득 반환청구)과
형사 고소(업무방해죄 등)를 포함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2025년 ○월 ○일
발신인: ○○○ (연락처 포함)


④ 4단계. 부동산 인도청구 + 철거청구 소송 제기

상대가 버티거나 무시한다면, 법원을 통해 내 땅을 되찾아야 합니다.

  • ‘인도청구’: 내 땅에서 나가달라는 청구
  • ‘철거청구’: 설치물이나 작물 제거 청구
  • 병행 가능: ‘부당이득 반환청구’도 함께 청구해,
    토지를 무단으로 쓴 대가도 요구 가능

소액사건일 경우에는 변호사 없이도 나홀로 소송으로 진행 가능합니다.


⑤ 5단계. 형사고소 가능성 검토

민사 외에도 상황에 따라 형사고소도 가능합니다.
단, 아래 요건이 있어야 합니다.

요건 예시
고의적 반복 경작 내용증명과 경고무시 후 재차 경작한 경우
피해 발생 토지 훼손, 출입문 파손 등 발생
불응·퇴거 거부 요청 후에도 계속 출입·점유하는 경우

적용 가능한 혐의는
 → 업무방해죄, 재물손괴죄, 점유이탈물횡령죄 등이 상황에 따라 검토됩니다.


⑥ 6단계. 점유취득시효 주장 방지 조치

상대가 장기간 점유했다면,
‘20년 이상 평온·공연한 점유’를 근거로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 지금이라도
내용증명 + 계고 조치 + 정기적인 이의표시를 남기는 것입니다.


→ 이런 조치는 향후 '왜 그때 아무 말도 안 했냐?'는 반박을 차단해 줍니다.



5. 부당이득 반환청구는 가능한가요?

– 작물 말고, ‘사용료 수준’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무단 경작, 돈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합니다.
실제로 법원은 무단으로 남의 땅을 점유해 이익을 얻은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반환하라고 판결
해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오해가 있습니다.

'경작자가 300만 원치 상추를 팔았으면, 내가 300만 원을 받아야지!'

이건 아닙니다.


◾️법원이 인정하는 기준은 ‘지대 상당액’

법원은 이렇게 봅니다.

  • 무단경작자가 작물로 얼마를 벌었는지가 아니라,
  • 그 땅을 정상적으로 빌렸을 경우에
    지불했을 ‘월세 수준’
    을 기준으로 봅니다.

이를 ‘지대 상당액’이라고 부릅니다.


◾️실제 청구 방식은?

예를 들어,

  • 유사한 농지의 월 임대료가 10만 원이고
  • 12개월 동안 무단으로 경작했다면

→ 10만 원 × 12개월 = 120만 원

이게 바로 부당이득 반환청구 금액이 됩니다.

※ 부당이득 반환 청구는
인도청구 소송과 함께 병합하여 진행하면 효율적입니다.


ㅁ 부당이득 청구에 필요한 조건 3가지

요건 설명
① 이익의 존재 경작자가 토지를 이용해 작물을 키운 사실
② 손해의 발생 소유자가 토지를 사용하지 못하고 재산권 침해를 입은 사실
③ 법률상 원인 없음 경작자가 정식 계약, 허락, 권한 없이 무단 점유한 경우

이 세 가지를 증명할 수 있다면,
법원은 부당이득 반환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멸시효는 얼마나 될까?

기존 설명에서는 3년으로 단정할 수 있으나,
정확히는 사안에 따라 3년 또는 10년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 기본 원칙:

  •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부당이득 반환청구는 원칙적으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 예외적 적용:

  • 다만 특정 사안(예: 사기·부정한 이득,
    불법행위와 유사한 경위로 인한 이득 등)에서는
    민법 제766조에 따른 3년 단기 시효가
    적용될 여지
    가 있다는 소수 견해도 존재합니다.

▶ 결론:

'실무에서는 일반적으로 10년 시효를 기준으로 보되,
개별 사건의 경위나 성격에 따라 시효 다툼이 생길 수 있으므로,
경작 사실을 확인한 즉시
내용증명 발송 등으로 시효를 중단해두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6. 국유지나 산지를 무단 경작한 경우는 다를까?

– 공유재산법, 산지관리법 등 별도 제재 규정 존재


◾️개인 땅과 공공 땅, 적용되는 법이 다릅니다

앞서 설명한 대응법은 사유지(개인 소유 토지)에 해당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국유지, 시유지, 공유지, 하천부지 등을
무단 경작한 경우에는 더 강력한 제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공공부지의 경우 -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적용

다음과 같은 조치가 가능합니다.

제재 설명
변상금 부과 정당한 사용허가 없이 점유한 경우, 대부료의 120%까지 부과
원상복구 명령 무단 설치한 작물·비닐하우스·울타리 등 전부 철거 명령 가능
행정대집행 자진 철거 불응 시, 지자체가 직접 철거 후 비용 청구
고발 및 벌칙 2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 벌금형 가능 (공유재산법 제82조)


◾️ 산지 무단 경작은 농지로도 인정받지 못함

  • 산지(임야)를 허가 없이 개간해 농작물을 재배하면
    농지법상 ‘정식 농지’로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 산지관리법 위반으로 벌금형이나 복구명령이 나올 수 있고,
    국가가 소유권을 회수할 수도 있습니다.

→ 이런 경우에는 농작물 소유권 주장도 불안정해지고,
경작자도 불법행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요약: 공공부지·산지 무단 경작은 훨씬 불리하다

구분 사유지(개인 땅) 공유지/국유지/산지
적용 법률 민법 중심 (인도청구) 공유재산법, 산지관리법 등
작물 소유권 경작자에게 인정 가능성 있음 위법 경작으로 무효 처리될 가능성 큼
제재 수위 민사 중심 변상금, 철거명령, 행정대집행, 형사처벌까지 가능
대응 주체 토지 소유자 지자체·국가가 직접 대응



7. 현실에서 토지주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대응은?

◾️실제로는 형사고소보다 ‘정중한 퇴거 요구 + 증거 남기기’가 먼저

현실에서는 법적 대응보다는 다음과 같은 순차 대응이 권장됩니다.

  1. 무단경작 현장 사진과 경작 상태,
    작물 사진, 경작자의 흔적 등을 찍어 둡니다.

  2. 내용증명 형식의 경고문을 발송해
    ‘철거 요구 및 무단 경작 중단’을 알립니다.

  3. 경고 팻말(무단경작 금지 및 부당이득 청구 고지)을 현장에 부착합니다.

  4.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부당이득 반환청구 또는 인도청구 등 민사소송을 고려합니다.

◾️작물 수확 시기가 가까운 경우는?

작물을 무단으로 수확하거나 훼손하면
오히려 형사상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주의
해야 합니다.

민사 절차를 통해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거나,
철거 명령을 받고 대집행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마을·지인 간의 분쟁이라면?

상대방이 이웃, 친척, 또는 마을 주민일 경우,
감정 다툼 없이 해결하려면 정중한 통지가 효과적입니다.

‘재산권을 행사하되, 상대방의 고의성을 추궁하기보단
중립적으로 통보’하는 형태가 바람직합니다.



🧾 무단 경작에 대처하는 법, 요약

  • 내 땅이라고 무조건 작물을 철거하거나 몰래 수확하면 안 됩니다.
  • 경작한 사람에게 작물 소유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토지 소유자는
    토지 사용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
    할 수 있습니다.
  • 무단 경작을 계속하면, 인도청구 소송으로
    퇴거
    를 요구할 수 있고, 강제집행도 가능합니다.
  • 국유지·산지의 경우는 훨씬 더 강력한 제재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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