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옮길 때마다 재검사… 이제 달라질까?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이 바꾸는 것
병원을 바꿀 때마다 같은 장면이 반복됩니다. 며칠 전 다른 병원에서 피를 뽑았는데, 또 기본 검사부터 시작하자는 말을 듣습니다.
설명은 했지만 기록은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시 검사하고, 다시 비용을 내고, 다시 시간을 씁니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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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1. 우리가 겪어온 반복 구조
그동안 의료기관 간 진료 정보는 완전히 연결돼 있지 않았습니다. 환자가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 이전 진료 내역을 즉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그 결과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 동일 항목 재검사
- 비슷한 약 성분 중복 처방 가능성
- 단기간 여러 병원 방문 시 의료 쇼핑 의심
- 반복되는 의료비 지출
의사가 반복을 원해서가 아니라,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입니다.
2. 그래서 등장한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
이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추진되는 제도가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급여 청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가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최근 급여 진료·처방 내역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일반인에게 더 익숙한 ‘건강정보 고속도로(마이 헬스웨이)’는 개인이 자신의 건강기록을 모아보는 플랫폼에 가깝습니다. 반면 요양급여내역 확인은 진료 현장에서 급여 기준의 의료 이용 내역을 참고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목적이 다릅니다.
보건복지부 로드맵 기준으로는 2026년 하반기 시범 운영을 거쳐 단계적 확대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 현장 적용 범위와 속도는 의료계 협의, 개인정보 보호 기준, 수가 문제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3. 의사는 무엇을 보게 되는가
시스템이 작동하면 진료 화면에서 확인 가능한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 최근 급여 진료 이력
- 급여 항목 검사 내역
- 처방 약 성분 정보
- 동일·유사 성분 처방 기록
핵심은 ‘설명’이 아니라 ‘조회’가 가능해진다는 점입니다. 환자가 말로 전달하는 정보와 화면에 객관적 기록이 뜨는 상황은 무게가 다릅니다.
다만 이 모든 조회는 진료 목적 범위 내에서,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환자 동의를 전제로 이루어집니다. 환자 동의 없이 무제한 열람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내 진료정보 열람 확인해보세요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4. 진료실에서 실제로 달라질 장면
2주 전에 시행한 혈액검사가 기록으로 확인된다면 의학적 필요성이 없는 단순 반복 검사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동일 성분 약 처방 기록이 조회된다면 중복 처방이나 상호작용 위험을 사전에 검토할 수 있습니다.
짧은 기간 여러 병원 방문 이력이 보이면 의료 이용 패턴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나입니다.
최근 검사라도 염증 수치처럼 급변 가능성이 있는 항목은 의학적 판단에 따라 재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재검사를 없애는 장치’가 아니라 ‘근거 없는 중복을 줄이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5. 기대해도 되는 변화
이 제도가 안착하면 급여 기준 내 중복검사 감소 가능성이 생깁니다. 약물 안전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성분 중복이나 상호작용 위험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 재정 관리라는 정책적 목적도 존재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 낭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여지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라는 감각이 점차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이 현실적인 변화입니다.
6.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비급여 항목은 모두 확인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급여 청구 데이터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현실적인 문제는 데이터 표준화입니다. 병원마다 사용하는 전자의무기록(EMR) 체계가 달라 정보가 전송되더라도 완벽하게 해석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적용 범위 역시 단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든 의료기관이 동시에 동일 수준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세부 일정과 범위는 정책 확정 과정과 협의 결과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7. 그럼 지금은 무엇이 달라질까
완전한 연결 구조로 이동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환자의 준비는 여전히 의미가 있습니다. 검사 결과지, 영상 판독지, 복용 중인 약 성분 목록은 당분간 중요한 자료로 작용합니다.
다만 방향은 분명히 바뀌고 있습니다. 기록을 스스로 들고 다녀야 하는 시대에서 기록이 조회되는 구조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반복의 원인이 개인의 설명 부족이 아니라 시스템 단절이었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것만으로도 변화의 출발점은 만들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