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칼로리, 진짜 0일까? 감미료의 단맛 뒤에 숨은 오해와 진실

'제로 슈거가 건강하다?' 그 착각의 시작

마트나 편의점에서 물을 사려다 보면,
이제는 물보다 더 눈에 띄는 게 있습니다.
바로 '제로(ZERO)'라는 이름을 단 음료들입니다.

제로 칼로리 콜라, 제로 슈거 식혜, 무설탕 이온음료까지.
제품명이 달라도 하나같이 강조하는 메시지는 똑같습니다.

'단맛은 그대로지만, 건강에는 덜 해롭습니다.'

이런 문구들을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어? 그럼 이건 설탕이 없으니까 많이 마셔도 괜찮은 거 아냐?'

정말 그럴까요?


제로칼로리 음료와 감미료가 나무 테이블 위에 정갈하게 놓여 있다. 앞쪽에는 흰색 가루 형태의 감미료와 흰색 정제형 감미료가 각각 나무 그릇에 담겨 있으며, 뒤쪽에는 투명하고 색이 다른 세 가지 음료가 각각 플라스틱 병에 담겨 진열되어 있다.


1. 제로 식품이 쏟아진다 –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

제로 제품은 단순한 유행이 아닙니다.
이제는 식문화의 한 흐름이자, 식품 산업의 주력 카테고리입니다.

음료에서 시작된 제로 열풍은
→ 과자, 젤리, 초콜릿, 빵, 시리얼, 잼, 라면,
심지어 조리식품과 의약외품(자양강장제, 구강청결제 등)으로까지 확산됐습니다.

그 배경에는 세 가지 힘이 작용합니다.

  •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 인식 변화
  • 정부의 당류·나트륨 저감 정책
    (식약처, 2010년대 중반부터 지속)
  • 기업 입장에서 가공비용은 낮추고,
    고가 마케팅이 가능한 절호의 상업 전략

말 그대로 '상술과 건강의 경계'에서 영리하게 탄생한 흐름인 것입니다.



2. 단맛은 그대로, 설탕은 없다고? 감미료의 정체

제로 제품의 핵심은 ‘설탕이 없다’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설탕 대신 감미료를 넣었다’는 뜻입니다.

그럼 이 감미료들은 어떤 물질일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 허가된 비영양 감미료(NNS)는 총 22종입니다.
이 중 특히 많이 쓰이는 감미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감미료 단맛 강도 (설탕 대비) 특징
아스파탐 200배 단맛이 강하고 깔끔함. 단, PKU 환자 금지
수크랄로스 600배 열에 안정적, 가열 요리 가능
사카린 300배 오래된 감미료. 금속성 후미 존재 가능
말티톨 70~90% 당알코올 계열, 혈당 반응 낮음
에리트리톨 70% 거의 0칼로리
(0.2kcal/g이나 대부분 대사되지 않아 0kcal로 표기됨),
혈당·인슐린 영향 없음
스테비아 200~300배 천연 유래. GI=0, 다만 약간 쌉싸름함

이 감미료들은 소량으로도 충분한 단맛을 낼 수 있어,
칼로리는 줄이면서 단맛은 유지하는 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진짜 건강한 대체재일까요?



3. 설탕보다 나을까? 감미료 vs 설탕 비교

감미료는 분명 설탕보다 열량이 적거나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감미료를 사용한 제로 제품은 무조건 설탕보다 건강한 선택일까요?

답은 '꼭 그렇지는 않다'입니다.
실제 연구들은 설탕과 감미료가 몸에 미치는 방식이 완전히 다름을 보여줍니다.


✔ 혈당·인슐린 반응

  • 설탕(자당, 포도당): 섭취 후 빠르게 혈당 상승 → 인슐린 급증
  • 감미료(NNS): 혈당은 거의 변화 없음. 인슐린도 반응 없음

→ 단기적으로는 감미료가 혈당 조절에는 확실히 유리합니다.


✔ 장기적인 대사 영향

하지만 문제는 장기 섭취입니다.

  • 일부 연구에서는 감미료가 장내 미생물 균형에 변화를 일으켜
    포도당 내성이나 인슐린 저항성과의 연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동물 실험 혹은 제한된 인체 연구 기반으로,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한 단계입니다.
  • 예를 들어, 수크랄로스는 마우스 실험에서
    장내 세균총을 교란하고, 포만감을 떨어뜨린다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 또 다른 연구에서는 감미료가 뇌의 포만감 센터(시상하부)를 혼란시켜,
    오히려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만든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즉, 감미료는 혈당을 자극하지는 않지만,

우리 몸 전체의 대사 시스템에는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감미료 vs 설탕 – 혈당지수(GI), 인슐린지수(II), 칼로리 비교

감미료/당류 혈당지수(GI) 인슐린지수(II) 칼로리 (kcal/g)
설탕 (자당) 65 60 4
포도당 100 100 4
아스파탐 0 0 4 (소량 사용)
수크랄로스 0 0 0
스테비아 0 0 0
말티톨 35 낮음 2.1
에리트리톨 0 0 0.2 (이론상) / 0 (표기상)

※ GI/II 수치는 실험 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 있으나, 전반적 경향성 기준으로 정리


▶ 감미료별 1일 섭취 허용량(ADI)

감미료 1일 섭취 허용량 (mg/kg 체중 기준)
아스파탐 40 (EFSA 기준)
수크랄로스 5
사카린 5
아세설팜칼륨 15
스테비올 배당체(스테비아) 4
에리트리톨 제한 없음
(50g 이상 섭취 시 위장장애 가능성 있음)

→ 체중 60kg 성인의 경우 아스파탐은 하루 2400mg 이하 섭취가 권장됨
→ 제품 라벨을 참고하여 감미료 총량 확인이 중요


※ 아스파탐 발암성 논란

2023년 WHO 산하 IARC는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물질(그룹 2B)로 분류한 바 있으나,
WHO-FAO 산하 JECFA는 기존 ADI(40mg/kg)를 유지하며

일반적인 섭취 수준에서는 안전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식약처 당류 섭취 실태 분석 확인해보세요!



4. '제로'라고 다 같은 제로는 아니다 – 소비자가 속는 포인트

많은 사람들이 ‘제로’ = 완전히 0칼로리, 0당류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우리나라 표시 기준:
    1회 섭취량당 당류 0.5g 미만이면 '제로'라고 표기 가능
  • 미국 FDA 기준도 마찬가지.
    1회 제공량 기준으로 '제로 칼로리'라 쓸 수 있음

즉, 500ml짜리 음료 한 병에 당류가 1g 가까이 들어 있어도
'제로 슈거'라고 표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제로 칼로리'라고 되어 있어도,
말티톨·자일리톨·에리트리톨 같은 당알코올이 들어간 경우,

→ 실제로는 소화 과정에서 소량의 열량이 발생합니다.


이처럼 제로 제품은
단순히 ‘설탕이 없다’는 말보다

→ ‘설탕 대신 감미료나 당알코올이 들어 있다’고 이해해야 합니다.


▶ 제로와 저당(로슈거)은 다르다

많은 소비자들이 '제로 슈거'와 '저당(로우 슈거)'을 혼동합니다.

  • 제로 슈거(Zero Sugar): 표시 기준 내에서 당류가 거의 없는 상태
  • 저당 제품(Low Sugar): 일반 제품 대비 당류 함량을 줄인 제품

두 제품 모두 '덜 달다'는 인상을 주지만,

→ 실제로는 사용된 감미료 종류나 칼로리 차이, 단맛 유지 방식 등이 다르므로
→ 라벨을 꼼꼼히 확인해야 정확한 구분이 가능합니다.


▶ WHO와 식약처는 뭐라고 말할까?

기관 입장 요약
WHO (2023) 비영양 감미료는 체중 조절·만성질환 예방에
효과 부족, 장기 사용은 권하지 않음
식약처 (대한민국) 감미료는 1일 허용섭취량(ADI) 내 사용 시
안전. 단, 2026년부터 표시 강화 예정
유럽 EFSA 대부분 감미료의 단기 사용은 안전,
그러나 일부는 장내 세균·면역 기능 관련 연구 필요

이처럼 세계 주요 기관들 역시

→ 감미료의 단기적 안전성은 인정하지만,
장기적 영향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5. 감미료 섭취 시 주의해야 할 점들

감미료가 설탕보다 혈당 반응은 적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아무 문제 없이 먹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사람들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 과민성대장증후군(IBS)
    → 말티톨, 에리트리톨 같은 당알코올 계열 감미료는
    복부 팽만감, 가스, 설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 PKU(페닐케톤뇨증) 환자
    아스파탐은 금지되어 있으며,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 어린이, 청소년
    → 단맛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고,
    오히려 일반 식품에서도 더 강한 단맛을 찾게 되는
    ‘단맛 중독’ 위험성도 제기됩니다.

▶ 내 몸에 맞는 감미료를 고르는 팁

상황 추천 감미료 이유
당뇨/혈당 조절 목적 스테비아, 에리트리톨 GI=0, 혈당·인슐린 반응 없음
위장 민감한 경우 스테비아 당알코올보다 위장 자극 적음
조리·가열용 수크랄로스 열 안정성이 높아 가열 가능
칼로리까지 신경 쓸 때 에리트리톨 대사되지 않고 체외 배출됨 (0kcal)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로니까 괜찮다'는 안심보다, '내 몸과 맞는지 확인하자'는 태도입니다.

새로운 제로 제품을 시도할 때는
소량부터 섭취해 몸의 반응을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소비자가 꼭 기억해야 할 5가지 요점

  • ‘제로’는 0이 아니다
    → 당류 0.5g 미만도 제로로 표기 가능
  • 감미료는 설탕보다 안전하지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 장기 섭취에 따른 대사 영향은 아직 연구 중
  • 감미료마다 성격이 다르다
    → 체질에 따라 소화장애나 두통 등이 발생할 수 있음
  • 제로 제품도 결국 ‘가공식품’
    → 영양소가 균형 잡힌 진짜 식사와는 다름
  • 표시보다 ‘성분표’를 먼저 보자
    → 당알코올, 감미료 종류, 기타 첨가물 확인이 우선


♣ 제로 슈거, 어떻게 다뤄야 할까?

제로 슈거 제품은 건강을 해치지 않기 위한
좋은 선택지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만능 해결책은 아니며, 무조건적인 믿음도 금물입니다.

중요한 건
→ '제로'라는 단어가 주는 심리적 착시를 경계하고,
→ 제품 하나하나의 성분을 직접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결국 내 건강을 지키는 건 ‘제로’가 아니라,
내가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하는 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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