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뉴스가 수십 개? 복사한 기사에도 저작권 문제가 없는 이유

아침마다 똑같은 뉴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스마트폰으로 포털 뉴스 탭을 열면, 아침마다 반복되는 기시감이 밀려옵니다. '어라? 이거 아까 본 기사 아닌가?' 제목만 다르고, 내용은 거의 동일한 기사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는 걸 보면, 정말 복사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베낀 건지, 처음 기사를 쓴 사람이 누군지조차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더 궁금해지는 건 이겁니다.

  • 정말 이렇게 써도 되는 걸까?
  • 복사한 기사처럼 보여도 저작권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 왜 매일같이 비슷한 기사만 반복해서 보여지는 걸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하나의 개념부터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바로 ‘전재 기사’입니다.

뉴스 기사를 확인하며 집중하고 있는 동양인 남성이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실내 장면


❐ 복사처럼 보여도 합법? 전재기사의 정체는

‘전재(轉載)’는 다른 언론사가 쓴 기사를 일정 조건에 따라 다시 싣는 것을 말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뉴스통신사와 언론사 간 전재 계약입니다.

예를 들어, 연합뉴스, 뉴시스와 같은 통신사에서 작성한 기사들은 중앙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 다른 언론사에서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받아올 수 있습니다. 이때, 기사의 제목이나 몇 개 문장을 약간 수정할 수는 있지만, 본문 내용은 거의 동일하게 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사를 전재 기사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구조는 불법이 아니라 '합법'입니다.

통상 이런 전재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출처 표기가 붙습니다.

  • 출처: 연합뉴스
  •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처럼 외관상 복사한 것처럼 보이는 기사도, 실제로는 계약에 따라 이용 허가를 받은 콘텐츠이므로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베껴 쓴 기사'가 아니라 '돈 주고 사온 기사'인 셈입니다.


저작권법 제7조: '사실 보도는 보호받지 않는다'

복사 기사처럼 보여도 전재가 합법인 이유는 대한민국 「저작권법」의 명확한 조항에 근거합니다. 바로 저작권법 제7조입니다.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 보도는 저작물로 보호하지 않는다.' – 대한민국 「저작권법」 제7조 제1항 제5호

이는 뉴스 기사 내용 중에서도 ‘팩트 전달’ 그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오늘부터 유류세 인하를 시행했다'는 문장은 사실의 전달에 해당하며,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는 달라집니다.

'이번 유류세 인하는 지난 10년 간 유례없는 수준으로, 향후 국제유가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 이런 해석, 비교, 논평, 문장 구조는 기자의 창작적 기여로 간주되어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속보 기사, 발표 기사, 수치 중심 기사 등은 대부분 ‘사실 전달’ 범주에 들어가 전재 계약만 되어 있다면 유사하게 반복 보도되어도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 구조가 됩니다.


뉴스제휴평가위와 전재기사 관리 시스템

포털 뉴스가 단순 복사 기사로 도배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민관 기구가 있습니다. 바로 뉴스제휴평가위원회입니다.

이 위원회는 네이버·카카오 등의 포털과 언론사 간 콘텐츠 제휴 기준을 심사하고,

  • 전재기사 과다 사용 여부
  • 출처 미기재, 제목 포장 오남용
  • 표절, 중복성, 허위보도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제휴 유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특히 네이버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운영 기준을 공식 고객센터 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으며, 기사 품질, 출처 명시 여부, 전재 구조 등의 평가 항목을 투명하게 고지하고 있습니다.


‘출처 누락’으로 발생한 전재 기사 제재 사례

2023년, 국내의 한 지역 언론사 A는 한 통신사로부터 제공받은 전재 기사를 게재하면서 출처 표기를 누락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해당 통신사는 '전재 계약을 체결한 것은 맞지만, 기사 내 출처 표기를 고의로 누락한 것은 계약 위반'이라며 제휴 해지를 경고했고, 이후 A사는 해당 기사 수십여 건을 전부 삭제 조치한 뒤 포털 뉴스 제휴에서 일시 퇴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례는 전재 기사라도 출처 명시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 또는 제휴상 제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즉, 기사 내용을 베낀 것처럼 보여도 계약이 있고, 출처가 명시되어 있다면 문제는 없지만, 이를 어기면 중복 기사뿐 아니라 ‘무단 전재 기사’로 간주되어 포털 뉴스 제휴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뉴스 중복의 이유: 알고리즘, 속보 경쟁, 클릭 수 구조

전재 기사 자체는 계약에 따른 합법 구조지만, 우리가 '왜 이렇게 똑같은 기사만 계속 보게 될까?'라고 느끼는 데에는 또 다른 구조적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언론사의 게으름이 아니라,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시스템이 만든 구조적 결과입니다.

이유 ① 속보 경쟁 – 누가 더 빠르게 쓰느냐의 싸움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의 뉴스 시스템은 최초 보도 시간제목 알고리즘 적합도에 따라 노출 순서를 정합니다. 즉, 빨리 보도된 기사는 상단에 오래 노출되며, 그만큼 많은 클릭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수의 언론사는

  • 통신사 기사를 입수하자마자
  • 제목만 살짝 바꾸고
  • 빠르게 송출하는 방식으로 대응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더 잘 썼는가”보다 “누가 먼저 올렸는가”가 더 중요하게 작동합니다.

이유 ② 자체 기사 생산 인력 부족

실제로 상당수 중소 언론사들은 전체 상근 기자 수가 5명 이하, 포털 송고용 편집 기자 위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하루 수십 건의 뉴스를 자체 생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 결과, 연합뉴스·뉴시스 등에서 제공한 통신사 기사를 중심으로 전재, 재송고, 재배열 등의 방식으로 ‘양적 물량’을 맞추는 전략을 택하게 됩니다.

이유 ③ 광고 수익 모델과 클릭 수 의존성

뉴스의 주요 수익원은 여전히 포털 기반 광고 클릭 수에 있습니다. 즉, 사용자가 기사를 클릭할 때마다 발생하는 광고 수익이 언론사의 핵심 수익 구조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다수 언론사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씁니다.

  • 하나의 정보를 여러 개 기사로 나누어 송고
  • 같은 내용을 다른 제목으로 반복 보도
  • 시의성과 자극성을 결합해 클릭 유도

이렇게 되면 결국 한 개의 사건을 열 번쯤 보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 모든 기사가 똑같아 보일지라도, 언론사 입장에서는 광고 수익을 위한 생존 전략일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매일 수많은 뉴스 속에서, 어느 것이 진짜 가치 있는 정보인지 판단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전재 기사, 반복 송고, 알고리즘 편향이 존재한다면, 독자는 그 구조를 인식하고 스스로 ‘정보 해독력’을 키워야만 합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몇 가지 현실적인 뉴스 소비 전략이 존재합니다.

♧ 중복 뉴스 피하는 3가지 실전 방법

전략 설명
1. 통신사 원문 확인하기 연합뉴스, 뉴시스, 로이터, AP 등 원문 보도를 먼저 확인하면 중복 회피 가능
2. 뉴스레터 구독 활용 NEWNEEK, TIDY, 서울경제 브리핑 등 요약형 뉴스레터는 정제된 정보를 제공
3. 해외 매체 병행 보기 BBC,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DW 등으로 균형 잡힌 시각 확보 가능

♧ 뉴스레터 비교 요약표

뉴스레터 특징 주 발행 횟수 수신 방식
NEWNEEK 2030 직장인 대상 요약형 주 3회 이메일
TIDY 데이터 기반 시사 정보 주 2~3회 이메일 + 앱
서울경제 브리핑 경제 뉴스 중심 매일 이메일

이런 뉴스레터는 일반 포털 뉴스보다 정보 피로도가 낮고, 광고 노출이 적으며, 중복 기사에 지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콘텐츠 해독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뉴스 읽기 전 스스로 던져볼 질문들

  • 이 기사의 출처는 어디인가?
  • 기자의 의견이나 분석이 포함되어 있나?
  • 반복되는 제목, 반복되는 문장 아닌가?
  • 너무 자극적인 단어로만 구성되어 있지는 않나?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는 습관은, 정보의 질을 가려내는 정보소비자의 역량을 키우는 핵심입니다.


뉴스는 ‘문장’이 아니라 ‘구조’를 읽는 시대

하루에 수십 개의 기사를 소비하면서도, 그 대부분이 같은 소스, 같은 문장, 같은 맥락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재 기사, 속보 경쟁, 클릭 중심 구조…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콘텐츠의 문제가 아니라 뉴스 산업 전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구조를 인식함으로써, 더 이상 피로하지 않은 뉴스 소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뉴스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뉴스의 겉이 아니라 ‘출처’, ‘경로’, ‘목적’을 읽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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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피로감에 지친 분이시라면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